"진실과 거짓을 50대 50으로 섞는 것은 진실에 대한 테러"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헌법을 유린한 내란(內亂)의 주역들이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을 때, 우리는 역사가 바로 섰다고 믿는다. 하지만 착각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내란 청산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명확하다. 반성 없는 가해자들 때문만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내란의 '행위자'를 처벌 했지만, 내란을 옹호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려는 '세력'은 처벌하지 못했다.
헌정 질서를 유린했던 명백한 ‘내란’의 역사를 지우고, 왜곡하며, 심지어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다. 내란을 부정하며 허위, 날조, 선동으로 정치 세력화하는 ‘기득권 카르텔’이다.
내란은 소수의 권력 욕망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력자가 필요하다. 그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는 무책임한 언론과, 역사 왜곡을 '표현의 자유'라며 방치하는 무기력한 법 제도가 공범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주류라고 자칭하는 언론들이 명백한 내란 범죄와 헌정 파괴 행위를 다룰 때조차 '논란', '공방'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언론의 '기계적 중립'이 내란 옹호 세력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헌법을 지키는 것과 파괴하는 것 사이에는 중립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언론은 가해자의 망언을 "일각의 주장"이라며 피해자의 주장을 논리 정연하게 대변한다. 진실과 거짓을 50대 50으로 섞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진실에 대한 테러다.
내란을 미화하는 목소리를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포장해 지면과 방송 시간을 할애하는 순간, 언론은 공론의 장을 지키는 파수꾼이 아니라 왜곡 세력의 확성기로 전락한다. 오히려 가해자를 영웅으로 미화하고, 피해자를 폭도로 몰아가는 가짜 뉴스를 생산 유포한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려 대중을 피로하게 만들고, 결국 "양쪽 다 문제가 있다"는 식의 양비론으로 본질을 덮으려는 것이다. 이는 내란 행위 자체보다 더 악질적인 ‘정신적 내란’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사법부와 입법부의 직무유기다. 내란 관련 범죄에 대한 영장기각등 재판은 지난하기만 하고, 규명을 위한 기구들은 구성원들의 태업과 수사방해, 조사 권한의 한계로 인해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국회는 정쟁에 몰두하느라 내란청산을 위한 포괄적인 입법 논의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그 사이 내란 옹호 세력은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세력을 결집하고, 왜곡된 사실들을 대중들에게 선동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불의한 권력에 부역하며 부와 지위를 축적했던 이들과 그 후손들, 그리고 그들이 구축한 견고한 인적 네트워크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뿌리 박혀 있다. 이들에게 내란의 진상 규명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흔드는 위협이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내란 청산을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둔갑시킨다. 반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뻔뻔한 자기합리화만 남는 이유다.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까지 헌법의 보호 아래 두는 이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 한, 내란 청산은 요원하다. 내란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투명한 정의의 빛을 비추는 일, 그것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무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비극은 반복된다. 내란 청산을 방해하는 세력은 단순히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법의 빈틈과 언론의 나태함을 먹고 자라는 기생적 존재들이다.
이제는 감성적 규탄을 넘어 차가운 제도적 단죄가 필요하다. ▲헌정 질서 파괴 행위를 옹호·찬양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강력한 입법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과거사 관련 망언을 쏟아내는 공직자에 대한 즉각적인 퇴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내란 청산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은 특정 인물을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헌법을 파괴하고 국민을 유린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기기 위함이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제2, 제3의 내란을 꿈꾸는 자들에게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이라는 위험한 도박을 다시금 허용하는 꼴이 된다.
관용은 관용을 베풀 자격이 있는 자들에게만 허용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자들에게까지 관용을 베푸는 것은, 민주주의 스스로 자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과정을 ‘과거에 대한 집착’으로 매도하며, 교묘하게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방해 세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방해 세력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우리는 더욱 끈질기게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내란을 청산하는 과정은 단순히 과거를 들추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헌법적 가치와 정의를 현재에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망각은 독재가 가장 사랑하는 무기이며, 기억은 민주주의가 가진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내란을 끝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엄정한 법과 원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