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역시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당 후보인 문재인이 40%대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기에 승리를 장담하면서도, 젊은 유권자들이 유승민 · 심상정에게 빠져나가고, 보수가 결집하면서 호남민심이 안철수에게 반분되는 것을 최악으로 보았겠지만, 민심은 요동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부터 안정적 지지를 받으면서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두 번째 도전에 따른 높은 지명도에다 지도부의 일관된 기획과 전략으로 철저한 준비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10년 주기의 정권교체의 바람과 함께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단기 보궐선거는 더 할 수 없는 순풍이었다. 거기에 보수층의 분열은 돛까지 달아주었다.

■ 패권주의 넘어 통합의 큰정치를

19대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을 걸어야 하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죽고 사는’ 문제와 ‘먹고 사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절체절명의 북핵 위기를 해결해야 하고, 전쟁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만성 저성장 경제구조와 고용절벽의 위기를 해결해 활력이 넘치는 경제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크기와 깊이에 있어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문제가 어렵고 복잡하고 심각하다.

새 대통령에게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앞에서 끌고 가면 뒤에 있는 사람의 소리를 듣기 어렵기에,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소통도 조정도 가능하다. 국회법 “5분의 3 조항” 때문에, 정작 어떤 일을 하고자 해도 협치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옮긴다고 했는데, 집무실이 어디이든지 간에 야당지도부를 초청해서 자주 만나야 한다. 국회를 설득하지 않고서, 또 국민을 이해시키지 않고서는 나라를 이끌 수 없다. 지지층에만 기대어 국정을 운영해서도 안 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권위주의와 결별하고 패권주의를 뛰어넘는 민주적 리더가 되어야 한다.

둘째, 많은 양의 공약을 제시했지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5년이 보기보다 짧다. 하나라도 해결하는, 아니 해결에 몰두하는 의지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공약(公約)을 현란하게 말을 바꾸면서 공약(空約)으로 만드는 것은 문제지만,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명분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도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결정은 ‘반미면 어떤가’로 상징되던 노 대통령의 대미 자주외교에 치명타가 될 수 있었지만, 안보와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 5년후 뒷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으로

셋째, 지금 대다수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다.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역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대로라면 청년 실업문제는 벌써 해결됐어야 했다. 밑빠진 독에 물 붓듯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청년실업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졌으면 한다.

넷째, 역대 대통령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희망하면서 무슨 숙원사업처럼 여겼다. 북한은 남북회담을 이유로 많은 선물을 요구하면서 이를 이용했는데, 이제는 남북정상회담 집착증에서 확실히 졸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업적으로 목멜 이유는 없다.

문재인 민정수석에 대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증언이 매우 인상적이다. 당시 문 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전화를 일일이 받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기에, 출입기자들은 그를 매너 있는 수석으로 기억하고 있단다. 그 매너 국민에 대한 매너로 유지되길 바란다. 박근혜 정부는 불통과 레이저 눈빛으로 실패했는데, 국민의 일부가 우려하는 '친문패권'이란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적폐청산의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또 패배한 정당과 후보까지 아우르는 통합의 큰 정치를 해야 한다. 왠지 소통이 쉬울 것만 같아 보이는 선하고 좋은 인상대로, 5년 후 뒷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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