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 게임·엔터테인먼트·의료·제조·건설 등 다양한 산업 접목 새 가치 창출
5G망 구축되면 VR·AR 콘텐츠 서비스 소비 변곡점 이룰 것…정부 규제 일원화 희망

지난 18일 전진수 SK텔레콤 ICT기술원 이머시브 미디어 랩 리더를 만나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흥행으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VR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들었다. 전진수 리더가 내년 5G(5세대 이동통신망) 조기 상용화가 VR 콘텐츠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요즘과 같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오늘의 최고가 내일의 최고가 아닐 수 있다." 

전진수 SK텔레콤 ICT기술원 이머시브 미디어 랩 리더는 본지 기획특집 '4차산업혁명, 현장사령탑에 듣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최신 VR·AR 기술 트렌드를 따라 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시장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전 리더는 "주말에도 국내·외 매체에서 5~60개 기사가 쏟아져서 읽느라 쉴 수가 없다"며 자신의 주말 일상의 단면을 귀띔하며 인터뷰의 서두를 열었다. 

다음은 전진수 리더와의 일문일답.

- VR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해 달라. 

"VR서비스는 외부 정보를 처리하는 기기, 외부 정보를 인지·수집하는 트래킹(Tracking), 수집된 외부정보를 3차원으로 공감각적으로 전환해주는 렌더링(Rendering), 3차원 공간에서 실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인터랙션(Interaction), 콘텐츠(Contents), 그리고 이러한 VR 콘텐츠를 전달해주는 네트워크(Network)가 융합된 기술의 결정체이다."

- 가상현실 서비스는 여전히 무거운 HMD(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를 써야 하기에 많이 답답하고 오랫동안 쓰면 어지러움증이 있다. 

"사용자들이 느끼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려면 앞서 말한 일련의 과정이 동시에 발전해야한다. 무거운 HMD를 오래 쓰고 VR서비스를 즐기다보면 현기증이 나는 이유는 렌더링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햇빛이 비칠 때 모기장을 겹쳐서 상하 좌우로 움직이면 새로운 물결무늬가 생기면서 어지러움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보는 디스플레이 화면은 미세한 픽셀로 나눠져 있는데 여러 개의 화면이 매끄럽게 넘어가는 렌더링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앞 뒤 화면이 겹쳐지면서 간섭무늬가 생긴다. '모아레 (Moire) 현상'으로 불리는 이 간섭무늬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현상을 극복하려면 그래픽 렌더링이 아주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CPU, 메모리 기능이 대폭 강화돼야 하고 화면 전환 속도도 20ms이하가 돼야 한다. 지연대기시간(latency)이 50ms 이하인 LTE에선 힘들지만 1ms이하인 5G시대에는 충분히 만족스런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LG디스플레이는 오는 5월 선보일 예정인 구글의 18메가 픽셀 VR헤드셋용 초고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참여하는 등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IT기업 주도로 단말기와 반도체, 네트워크가 발전하면 VR서비스 개선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음성 통화 송수신 수준이었던 피처폰이 인터넷 기능이 들어가고 TV 시청도 가능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듯이 더욱 더 편리함을 찾는 사용자들의 요구가 있으면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지금처럼 무겁고 사용하기 힘든 HMD형에서 글래스형으로, 렌즈 형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다. 특히 내년 5G로 이동통신망의 일대전환이 이뤄지면 VR서비스도 획기적으로 변화해 오는 2020년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서비스 변곡점으로 기록될 한 해가 될 것이다."

 

지난 18일 전진수 SK텔레콤 ICT기술원 이머시브 미디어 랩 리더를 만나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흥행으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VR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들었다. 전진수 리더가 SK텔레콤의 VR·AR플랫폼 'T 리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국내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년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활용할 콘텐츠가 없으면 소비자들의 5G 수요를 견인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현재의 여건만 보면 그런 판단을 할 수도 있지만 5G망이 구축되고 연관 단말기가 출시되면 콘텐츠는 비약적으로 늘 것이다. 비유하자면 지난 1960년대 중후반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비슷할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과잉투자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난 뒤 물동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는 등 우리 경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5G는 21세기의 경부고속도로로서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 SK텔레콤의 VR·AR 비전을 설명한다면. 

"SK텔레콤의 VR·AR 플랫폼 'T 리얼(real)'은 VR·AR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저작도구인 'T 리얼 스튜디오(real Studio)'와 만들어진 VR·AR을 볼 수 있는 'T 리얼 브라우저(real Browser)', 제작된 VR·AR 콘텐츠를 'T 리얼 에셋(real Asset·TRA)'으로 패키지화해 보관함과 동시에 언제라도 다양한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는 'T 리얼 클라우드(real Cloud)'로 구성돼 있다. T 리얼 플랫폼은 다양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핵심 요소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윈도우·맥 등 PC 기반, 안드로이드·iOS 등 스마트폰 기반 OS 모두 지원가능하고 스마트폰이나 VR HMD·AR 글래스·스마트 헬멧 등 어떤 단말기를 쓰더라도 VR·AR 서비스 및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 지난 'MWC2018'에서 선보인 '옥수수(oksusu) 소셜 VR' 서비스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옥수수 소셜 VR 서비스는 현실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와 함께 가상공간에서 만나서 옥수수 미디어 콘텐츠를 동시에 즐기면서 상호 소통할 수 있는 VR서비스이다.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 경기를 볼 때 혼자 보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경기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소셜 VR은 실시간(real time)으로 참여자들이 상호 소통하면서 미디어 서비스를 즐겨 소비 만족도가 배가된다. 

또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람은 가상공간에서는 현실의 자신과 다르게 꾸미고 싶은 욕구가 있다. 비록 현실에서는 단칸방에서 잠옷 차림이지만 가상공간에서는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아바타를 통해 럭셔리한 경험을 하고픈,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아바타는 개인의 표정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고 움직이는 등 의사소통 및 감정표현까지 가능해 상대방과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할 것이다.

특히 미디어 스크린 외부 공간에 메인 화면의 시청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부가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광고를 배치함으로써 여기에 참여하는 기업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전진수 SK텔레콤 ICT기술원 이머시브 미디어랩 리더(사진 좌측)가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사진 우측)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구체적인 사업모델화 계획은.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지만 당장 수익을 회수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일단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미디어 시청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시장 창출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경쟁사 고객들도 옥수수 사용자라면 사용할 수 있다. 수년 동안 수익화 모델을 고민했지만 1차적으로 고객가치 향상을 통한 산업 생태계 형성과 확장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일단 시장의 파이(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면 자연스레 수익 모델이 따라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글로벌 업체들과의 협력관계는 어떠한가.

"VR·AR만큼 융합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가 없다. 앞서 말한대로 센서 인식, 그래픽 렌더링, 인터페이스 등 관련 기술이 통합적으로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글로벌 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구글·MS 등과 협력 중이며 우리가 가진 코어(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파트너사들과 콘텐츠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 VR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은.

"신생 서비스 분야는 명확한 규제가 없다보니 관계 당국이 관련된 기존 규제를 적용하다 보면 신규사업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이를테면 VR방 같은 경우에는 요식업, PC방, 전자오락실의 세 가지 허가조건을 구비해야 한다. 정부 부서 한곳에 가면 관련된 규제를 일괄적으로 처리해 주는 원스탑 (One-Stop)행정을 구현해줬으면 고맙겠다."
 

◇ 전진수 리더 약력

▲2000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연구원 

▲2006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책임 연구원 

▲2012년 SK텔레콤 매니저 

▲2015년 SK텔레콤 AR/VR/광학 기술개발팀장 

▲2015년 구글(Google) I/O 공간기반 AR 시연·SK텔레콤 레이저 피코 프로젝터(Laser Pico Projector) 상용화 

▲2017년 구글 I/O T 리얼 VR 스튜디오 시연·SK 와이번즈 AR 중계 서비스 출시 

▲2018년 MWC 2018 옥수수 소셜 VR·홀로박스·360 영상통화 시연 

▲현재 SK텔레콤 ICT기술원 이머시브 미디어 랩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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