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풍경을 드로잉하다.’ 김진원 초대전 2015.01.13~26 공평갤러리

▲ 김진원-일중다 다합일1(一中多 多合一1)-cprint-120x60cm-2014.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소멸의 시간을 알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순간 피어났다 사라질 아름다움이라는 점에서 찰나적 존재이지만, 다음 생명을 이어 주는 본질적 존재이기도 하다.”

보여 지는 순간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담는 김진원 작가의 전시를 소개한다. 작품은 인물과 풍경 등 자연을 소제로 하는 사진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형상의 순간을 찍는 것이 아닌 순환하는 과정을 보여 주기 위해서 시간의 흐름 흔적을 찍는다고 한다. 풍경의 작품들은 정확하지 않고 마치 흐름이 느껴지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것은 한곳에 머물러 정지된 상태에서 카메라의 셔터를 5분 또는 7분정도 누르는 동안 형상을 계속 기억하여 누적되는 것으로 조리개가 열려있는 상태로 찍는 장 노출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 김진원-일중다 다합일2(一中多 多合一2)-cprint-120x60cm-2014.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일중다 다합일’(一中多 多合一)시리즈 작품은 표현의 절재와 생략이 돋보이는 추상적인 작품이다. 전체를 파란색으로 취하고 있는 숲의 형상으로 보일 듯 말 듯 한 것이 환상적이고 신비하게 느껴진다. 나무의 형상이지만 뚜렷하게 존재하는 형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성에 의해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모습 등 여러 변화를 담고 있다. 스쳐간 시간의 흔적 속에 담긴 수많은 잔상들을 채색을 쌓아 올리듯 마음을 쌓아 드로잉 한 느낌이다.

생성과 소멸이 공존하고 반복되는 자연과 삶의 순환적 이치를 표현하고자 보여 지는 형상뿐만 아니라 보여 지지 않는 또 다른 무언가를 담고 있다. 또 다른 무엇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을 통해 모든 것이 그저 존재하며 그 안에서 느끼는 다름 아닌 다름의 변화를 융합시키는 질서로서 하나가 됨을 뜻한다.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중다 다합일’(一中多 多合一)은 여러 개가 하나이고, 그 하나 속에 여럿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인간을 작은 우주로 보는 불교의 의상대사가 정립한 화엄사상에서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작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고, 무(無)에서 유(有)가 순환하고,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 합일하는 또 다른 시간풍경을 드로잉 하고자 하였다.

이애리(미술학박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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