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꾸준히 AI챗봇·무인점포 가속화
산업부, 유통 혁신에 5년간 170억원 투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지난해 유통업계의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은 활발했다. 각 브랜드별 인공지능(AI) 챗봇(Chatbot) 출시는 물론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 기능과, 생체인증을 활용한 무인점포의 등장도 눈길을 끌었다.

정부도 유통업계의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속도에 에너지를 보태기위해 올해 신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유통산업이 혁신을 이뤄 글로벌 경쟁력에서 선전하게 될지 올 한해 귀추가 주목된다.

■ 인공지능의 일상화

지난달 21일 롯데백화점은 딥러닝(Deep learning)기술을 활용한 챗봇 '로사(LOSA)를 선보였다. 로사는 모바일로 고객과 음성 대화와 채팅이 가능하며, 온·오프라인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의 요청과 상황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또 단순한 키워드 검색을 넘어 한국인 정서에 맞는 대화도 가능하게 기획됐다. 생일과 크리스마스, 명절 등 특정 기간에 적용할 수 있는 약 240개의 추천 대화 시나리오를 준비해 상황에 따른 상품 제안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 "시어머니께 어떤 선물을 준비하지?"라는 질문에 로사는 기능성 크림과 로션 세트, 장갑 등의 선물을 추천했다.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상품 추천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이 같은 기술을 위해 롯데는 지난 2016년 12월, 한국 IBM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클라우드 인지 컴퓨팅 기술인 '왓슨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어 지난해 1월 롯데백화점 내 AI팀을 꾸리고 챗봇 프로젝트에 돌입, 5개국 40여명의 글로벌 인력과 200여명의 국내 인력이 투입됐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4월 통계학과 교수와 데이터 분석업체 등과 협업을 통해 AI 고객분석 프로그램 'S마인드'를 자체 개발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최근 구매패턴과 선호 장르를 분석해 맞춤형 세일과 쇼핑 정보를 제공한다.

유통업계의 이 같은 챗봇 출시는 올해에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고객이 S마인드를 탑재한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된 쇼핑정보를 확인 후 실질 쇼핑으로 이어지는 응답률이 지난해 11월 정기세일기간 동안 60%에 육박했다. 이는 기존 종이 인쇄물을 통한 응답률보다 12%p 높은 수준이며 실제 지난해 11월 세일기간 매출도 12.1%라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인터파크도 챗봇 '톡집사' 도입 후 상품 검색이 구매로 이어지는 구매전환율이 3배 높아졌다. 11번가 역시 챗봇 '바로'를 도입한 후 상담 건수가 이전보다 6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챗봇 사업은 매출 실적 외에도 상담 비용 절감과 24시간 1:1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 '무노력쇼핑' 등 소비 트렌드에 따라 앞으로 유통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신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븐일레븐 스마트편의점 '시그니처'. 사진=세븐일레븐


■ 무인점포 출점 가속화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정맥으로 본인인증과 결제까지 가능한 '핸드페이' 시스템을 골자로 한 스마트무인편의점 '시그니처'를 롯데월드타워 31층에 개장했다. 시그니처는 ICT기술이 집약된 점포다. 360도 자동스캔으로 점원 없이 물건 결제가 가능하며 스마트 CCTV가 고객의 동선과 체류시간 등을 체크해 상품 진열과 구매패턴 등의 데이터를 축적한다.

세븐일레븐은 새해를 맞아 서울 핵심지역에 시그니처 2호점을 오픈하는 등 무인편의점 확대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마트24는 편의점 업계의 후발주자지만 무인점포 출점에는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전북 전주 교대점을 시작으로 총 4개의 무인점포를 열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와 달리 신용카드로 매장 출입과 결제가 가능하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최근 KT와 함께 미래형 스마트 편의점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성했으며, CU역시 업계 최초로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상품 스캔과 결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모바일 결제 앱 'CU Buy-Self(CU 바이셀프)'를 개발했다. GS25와 CU는 연구개발과 시범운영 등을 거쳐 올해 안에 무인점포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패스트푸드점과 커피 프랜차이즈도 키오스크(무인주문기) 도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롯데라이라는 현재 전국 1350개 매장 가운데 약 45%에 해당하는 610개 매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맥도날드 역시 전국 430개 중 200개 매장에 이를 설치했다. 업계에 따르면 키오스크 1대 당 약 1.5명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저임금이 올해부터 7천530원으로 인상됨에 따라 이 같은 무인점포 출점이 인건비 절감의 자구책 마련이라는 업계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와 이마트24의 무인편의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기 전의 출점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인상에 따라 가맹점주의 부담으로 단순 결제 업무는 자동화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등 고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통매장에서의 첨단기술 접목은 빠른 고객 반응과 데이터 축적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산업의 4차 산업혁명 시대 도약에 발판을 마련을 위해 올해부터 5년간 약 170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신규 투입한다.

이번 예산은 상품구매 정보에 대한 빅데이터 구축과 AI기반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 가상·증강 현실을 통한 시·공간을 초월한 쇼핑 등 미래 유통산업의 핵심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유망과제 연구개발에 쓰인다.

이동욱 산업부 중견기업정책관은 "유통산업 혁신을 위해 투입되는 신규 예산이 마중물 역할을 해 업계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유도하길 기대한다"며 "우리 유통산업도 이제는 내수 시장 뿐 아니라 국제 시장을 내다보고 세계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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