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조달·시공 경쟁입찰 벗어나 TSP 사업모델로 기회 창출
올해 '기회의 땅' 이란서 가스복합화력발전소·현수교 수주
조기행 부회장 "오랜 시간 투자하고 준비한 결실 이뤄가"

▲ SK건설 본사 사옥 전경. 사진=일간투데이DB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개발형사업에 오랜 시간 투자하고 준비한 결실을 이뤄가고 있다.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시장까지 사업기회가 있는 곳이라면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SK건설은 외형보다는 철저하게 수익성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저유가와 중국 업체의 약진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사업환경에서 전통적인 EPC(설계·조달·시공) 경쟁입찰보다 수익성이 좋은 개발형사업 위주로 수주활동을 전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일 SK건설에 따르면, 그동안 'TSP 사업모델(개발형사업)'을 통해 고수익의 사업모델을 만들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해왔다.

TSP는 토탈솔루션 프로바이더(Total Solution Provider)의 약자로, 국내건설사의 주 사업영역인 EPC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투자와 기본설계 및 유지 관리까지 참여하는 고객에게 토탈솔루션을 제공하는 SK건설만의 개발형사업 모델이다.

사업성 검토 등을 통해 양질의 사업을 기획·검토·제안해 사업화할 수 있고, 경쟁이 치열한 공개입찰 방식이 아닌 경쟁 없이 수의계약 형식으로 공사를 따낼 수 있어 사업성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SK건설은 지난 17일 총 사업비 34억 유로(한화 약 4조1440억원)인 5000MW(메가와트)규모의 가스복합화력 민자발전사업권을 따내며 이란시장에 첫 진출 했다. SK건설은 이란 민자발전사업권 확보를 위해 유닛(UNIT) 인터내셔널 에너지사(社)의 주식 3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UNIT 인터내셔널 에너지는 UNIT 그룹이 터키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 지난 1월에 이란 정부로부터 가스복합화력 민자발전사업권을 확보하고 이란 국영전력회사인 TPPH(Thermal Power Plants Holding Co.,)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에 대한 전력구매계약까지 완료했다.

이 사업은 이란내 5개 지역에 5기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프로젝트로, 이란에서 추진되고 있는 발전사업 중 역대 최대규모다.

발전소의 총 발전용량이 5000MW며, 총 사업비는 34억 유로에 달한다. SK건설은 발전소 공사를 도맡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완공 후에도 30%의 지분을 갖고 UNIT 그룹(지분 70%)과 공동으로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

SK건설은 내년 1월 사베(Saveh)와 자헤단(Zahedan) 2개 지역에 각각 1200MW, 880M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공사에 들어간 뒤, 순차적으로 나머지 3개 지역에서도 공사를 수행할 계획이다. 공사기간은 약 30개월이며 2020년 하반기부터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터키 차나칼레 프로젝트 조감도. 자료=SK건설

또, 최근 터키에서 따낸 차나칼레 프로젝트는 총 3623m 길이의 현수교와 연결도로(81㎞)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다르다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차나칼레 주의 랍세키(아시아)와 겔리볼루(유럽)를 연결하는 왕복 6차선 다리다.

이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3조5000억원, 공사비 3조76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사업이다. SK건설은 이번 프로젝트의 EPC뿐만 아니라 사업 시행자로 참여해 완공 후 16년여간 운영수익을 보장받게 된다.

지난 1월 SK건설은 대림산업과 터키 건설업체인 리막, 야피 메르케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따냈으며 각 사 지분은 25%로 같다.

터키 정부는 이 프로젝트의 착공일을 3월 18일로 잡았다. 터키군이 1915년 1차 세계대전 당시 다르다넬스 해협에서 영국·프랑스 연합 함대를 무찌른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현수교 주탑 높이도 318m로 짓는다.

준공은 터키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23년으로 주탑 간 거리도 2023m로 만들기로 했다. 이 현수교가 지어지면 일본 고베의 아카시대교(1991m)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된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IHI·이토추상사 컨소시엄을 제치고 SK·대림 컨소시엄이 수주에 성공한 데는 그동안 쌓아온 풍부한 개발사업 경험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SK건설의 설명이다.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TBM. 사진=SK건설

SK건설은 지난해 12월 성공적으로 개통한 터키의 유라시아해저터널 사업을 통해 EPC 역량뿐만 아니라 사업개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 및 운영까지 뛰어난 개발사업역량을 인정받았다.

지난 2008년 터키 정부로부터 유라시아해저터널의 사업권을 따내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되는 상황에서도 터키 정부와 대주단과의 치열한 협상을 통해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의 PF 참여를 끌어내며 사업을 완수했다.

이 밖에도 SK건설은 라오스에서 수력발전소를 짓는 민자발전사업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총 사업비 5조2000억원 규모의 고성하이화력 민자발전사업 등 다양한 개발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SK건설이 유라시아해저터널 외에 투판벨리 화력발전소와 보스포러스 3교 공사 등을 통해 터키에서 쌓은 높은 인지도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SK건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일찌감치 개발형사업을 위한 조직을 구축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을 조율하고 책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한 법무기능과 자금 조달을 위한 유수의 글로벌 금융기관들과의 네트워킹이 개발형사업 성공에 핵심이라고 SK건설은 설명했다.

이는 SK건설이 국내 건설사 가운데 해외에서 가장 많은 개발형사업을 수주·진행하고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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