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산업, 디지털 금융 선도·경제 재도약의 계기"
"정부, 아날로그 금융 규제 완화해 좋은 일자리 만들어야"

▲ 블록체인 육성과 가상통화 규제를 놓고 정부와 ICT업계의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글로벌코인평가 대표·전 건국대 IT금융학과 특임교수)를 만나 바람직한 가상통화·블록체인 산업 육성방안에 대해 물어봤다. 오 회장은 우리나라가 각종 아날로그시대 규제를 철폐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시대 선도국가가 되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열풍이 뜨거워졌다. 각국 정부가 가상통화를 새로운 화폐로 인정할 것인지, 투자자산으로 볼 것인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며 오락가락한 가운데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통화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다.

특히 우리나라는 '김치 프리미엄'이라 불릴 정도로 국제 시세보다 훨씬 높은 비정상적인 가격폭등에 여기저기서 투기수요가 가세하면서 '거품'론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자 이들 가상통화 가격이 급락해 여기에 투자를 많이 했던 젊은층이 극심하게 반발하며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업계는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는 4차산업혁명 핵심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며 정부당국의 규제에 반대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는 다르다며 가상통화는 규제하되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글로벌코인평가 대표·전 건국대 IT금융학과 특임교수)를 만나 바람직한 가상통화·블록체인 산업 육성방안에 대해 물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19일 오후 2시 약속 시간에 맞춰 간 오 회장의 사무실은 생각보다 단촐했다. 연구실에 으레 배경 장식을 해 주는 서가도 없었고 스태프 사무실도 책상은 많았지만 근무인원이 아직 충원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실이라기보다는 이제 막 발을 뗀 스타트업 사무실의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퇴생활의 여유를 즐길 시기에 오 회장은 외려 강단에 머물러 있지 않고 금융과 정보통신기술 부문을 섭렵한 융합형 학자답게 '실사구시(實事求是)' 차원에서 가상통화 평가회사를 직접 차린 것이다.

이 나라 제일가는 금융 전문가답게 그의 자문을 구하고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화는 인터뷰 시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기자가 질의응답을 정리하면서 숨을 고르는 짬에도 오 회장은 문자를 계속 확인하며 답문하느라 숨 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 회장은 우리나라는 폭넓은 가상통화 투자 저변, 발달된 ICT 하드웨어를 통해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금융시대에 선도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제조업시대의 아날로그 금융에 맞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면 블록체인을 활용한 혁신적인 디지털 금융기술이 속속 출현하고 해외의 우수 기업들이 유치되면서 실업의 고통으로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왼쪽)이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다음은 오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금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글로벌 코인 평가회사를 차렸다. 세계적으로 현재 2천여개의 가상통화가 있고 해마다 500여개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가상통화 산업이 건실하게 발전하려면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여러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각종 불법·사기활동을 방지하고 거래소가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으로 정비해야 된다.

민간에서는 과거 주식이나 채권투자가를 위해 이들을 평가하고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의 무디스나 우리나라의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과 같은 민간 신용평가기관이 나서서 투자 가능한 코인들을 알려줘야 한다.

블록체인 전문가인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암호화폐 연구센터장)와 금융전문가인 내가 의기투합해서 이제 막 시작했다."

- 사업진행에 애로사항은 없는가.

"수많은 엉터리 코인들 중에서 제대로 된 글로벌 코인을 기술적으로 분석할 전문 고급인력이 태부족이다. 현실적으로 고급인력을 채용하려면 거액의 연봉이 필요해서 어려움이 있다. 현재 국제법에 정통한 변호사 1명을 채용했고 하반기부터 10여명과 함께 가상통화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 예정이다. 또한 금융·IT전문가로서의 사명감으로서 이 일을 하면서 향후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금융산업 측면에서 코인 분석사업은 시장수요가 괜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와이스 레이팅스'(Weiss Ratings)가 최근 74개 가상통화를 평가해 처음으로 신용등급을 매기고 그 중 12개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사례에서 보듯이 가상통화 신용평가가 이제 막 시작됐지만 우리처럼 코인만 전적으로 평가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 지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당시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은 신용평가회사들이 피평가회사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제대로 된 평가를 안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해상충 문제는 철저하게 시스템을 구축해 방지할 예정이다. 그리고 가상통화 신용평가기관으로서 명성을 쌓으려면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평가를 해야 한다. 코인 디벨로퍼들도 자신들의 가상통화가 공신력을 얻기 위해서 평판 좋은 가상통화 신용평가업체를 선호할 것이다."

- 우리나라 가상통화 규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거래소를 정비해야 한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가상통화거래를 통신판매업으로 규정해 사업자가 구청에서만 신고만 하면 돼 다단계 사기에 취약하다. 정부당국자도 그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일본은 지난 2014년 거래소인 마운트곡스가 해킹된 뒤에 이를 교훈으로 삼아 핵심 해킹방지장치, 고객신원확인, 자금세탁방지장치 등을 갖춘 거래소만 운용되도록 했다.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가상통화 발행과 거래의 핵심 요건을 구비하도록 한 뒤 요건을 충족하면 거래를 자유롭게 하는 식으로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가상화폐가 급등락하면서 지불수단으로서 가치 안정성 논란이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라는 일본 엔화도 지난 1985년 9월 선진 5개국 재무장관회담의 합의(이른바 '플라자 합의')에 따라 이전에 1달러당 350엔에서 1년새 두배로 올라서 한때 90엔대까지 올랐다. 지난해 가상통화 가격이 급격히 오른 것은 그동안 각국 정부의 인식 부족으로 시세형성이 안되다가 일본, 미국이 인정하면서 시세가 형성돼 가는 과정에서 폭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시세가 형성됐으므로 앞으로 투자자들이 지난해 같은 폭등으로 돈을 많이 벌수는 없을 것이다. 가상통화도 옥석이 자연스레 구분될 것이다."

- 가상통화가치가 급등하자 젊은층을 중심으로 열광적인 '묻지마 투기' 붐이 일었다.

"새로운 기술혁신에는 언제나 투기현상이 나타난다. 과거 자동차사업도 막 시작했을 때는 엄청난 투기자금이 몰렸다. 지금 가상통화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개 30대 초반의 대학졸업자로서 좋은 회사에서 다니던 우수한 인재들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적 전환기에 안정적인 자기 직업을 버리고 투신한 사람들이 막연한 일확천금의 환상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난 2000년대 초반 IT버블 속에서 빌린 차고에서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창업한 구글이 인터넷 1.0시대 글로벌 플랫폼 업체로 우뚝 성장했듯이 지금 이 순간 투기의 열풍 한 가운데에서도 인터넷 2.0시대 미래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움터 오르고 있을 것이다."

- 정부는 블록체인은 육성하되 가상화폐는 규제한다는 입장인데.

"정부도 최근 들어서 많이 바뀌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상화폐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좋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제도권 내에서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부처 간에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두 산업부문은 분리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최고의 게임산업 강국이다. 하지만 현재 게임이용자들은 우리나라 회사들이 만든 게임인데도 애플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다운받으면 매출액의 30%를 이들 플랫폼 회사들에 지불하고 있다.

만약 한국의 게임업체가 블록체인을 이용해 해외 유저와 P2P(개인간 직접거래·Peer to Peer)를 하면 30%의 수익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그만큼의 가격을 내려서 추가적인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P2P 거래를 위해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보안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바로 이 블록을 쌓는데 필요한 비용을 가상통화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 블록체인산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블록체인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기술이다. 초연결성과 P2P로 시공을 초월한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보안 유지가 생명이다. 보안이 유지되지 않으면 4차산업혁명 경제가 성립할 수 없다. 그 보안의 핵심 기술로서 블록체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블록체인을 통해서 보안이 확보되면 4차산업혁명시대 우리나라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이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업화의 구체적인 모습을 예시한다면.

"최근 블록체인 스타트업 R3가 글로벌 은행들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해외 송금 플랫폼 '코다'(Corda)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기존에 거래은행, 국제 금융결제망을 오고가면서 1주일 정도 걸렸던 송금 기간이 대폭 줄어든다. 올 하반기 상용화되는 이 서비스에 우리나라 5대 은행이 연간 회비 3억원을 주고 가입했다. 전세계적으로 100여개 은행이 가입했으니 앉아서 해마다 300억원씩 수수료 수입을 챙기는 것이다."

- 4차산업혁명시대 우리나라 금융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문재인 정부에서 신성장 동력으로서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이야말로 혁신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는 아날로그 화폐금융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금융으로 넘어가는 문명사적 전환기다. 이에 맞춰 정부는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ICT하드웨어가 잘 구축돼 있다. 내년 3월 세계 최초 초고속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상용화를 추진할 정도로 통신산업 선도국이고 블록체인 연산 기반이 되는 대용량 D램 반도체에서도 세계 최강국이다. 스마트폰도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하지만 금융에서는 세계 80위권 나라이다. 아날로그 금융에서는 뒤졌지만 300만명이 넘는 가상통화 투자자, 발달된 ICT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디지털 금융시대에서 선도자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금지한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통화 발행을 통한 투자자금 조달)을 허용하는 등 아날로그 금융시대의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현재 '크립토밸리'를 통해 ICO를 적극 유치하고 있는 스위스는 자금유입과 고용창출로 지역경제 활기를 더하고 있다.

같은 아시아권의 싱가포르처럼 혁신적인 금융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철폐해 4~500개 외국계 우수회사를 유치하면 우리도 세계적인 금융강국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실업으로 고통 받는 우리의 우수한 젊은 인력들이 취업할 기회가 생기고 각종 국제회의가 많이 열리면서 MICE(전시·관광) 산업으로 추가적으로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 재도약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코인아카데미를 열어 대중들이 알기 쉽게 가상통화에 대해 알려 디지털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또한 블록체인을 통해 여전히 금융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금융소외계층을 돕고 싶다. 비단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교포들 중에도 불안한 신분 때문에 금융거래를 하지 못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화폐 송금은 그들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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