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성공여부는 시민참여에…"

▲ 김현주 서울시립대 글로벌건설학과 교수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립대 본관 연구실에서 일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유시티(U-City) 사업의 문제점은 과도하게 설치된 상황실 위주의 통신인프라 설치에만 치중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스마트시티 사업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됩니다."

2000년대 초부터 시행된 유시티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도시통합운영센터 등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정보화 도시를 말한다.

도시통합운영센터에는 대형 상황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범·방재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시설을 갖춘 곳은 전국 70여곳에 이른다.

하지만 유시티 사업은 일반적으로 실패 사례로 평가된다. 일명 통합플랫폼이라고 하는 상황실 위주의 통신·장비기술들을 집중적으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나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 인프라가 미비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서울시립대 본관에서 일간투데이와 만난 김현주 서울시립대 글로벌건설학과 교수(51)는 유시티가 실패한 원인으로 "도시통합운영센터 위주의 폐쇄된 상황실 설치 및 운영 때문"이라고 짚었다.

상황실에 설치된 수많은 CCTV 중심의 운영으로 인해 유시티 사업이 이른바 'CCTV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게 김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현재 스마트시티 관련 국가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달 '스마트시티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조성하는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세종 5-1생활권(세종시 연동면 일대)과 부산 강서구 세물머리 일대(에코델타시티)를 선정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현재 국가전략 차원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사업은 과거 유시티와 다르게 진행돼야 한다"며 "유시티에서의 실패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파악해야 하며 이 과정을 통해 새로이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시티에는 유시티에 발생된 문제점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유시티 운영의 큰 문제중의 하나로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연간 유지비를 해결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몇몇 지자체에서는 유시티 상황실 접수 및 운영을 거부하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유시티 사업을 추진한 지자체들은 성공적 모델로 부상하기 위해 앞다퉈 전시관을 꾸리는 등 '전시행정'에 치중해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결과 유시티는 시민 눈높이에 맞춘 기술 도입이 지지부진해지며 '시민체감형' 도시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폐쇄적인 상황실 운영도 한몫했다. 상황실에서 수집된 각종 데이터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CCTV 정보와 미세먼지 측정 정보는 온전히 관계 부처로 전달된다. 시민들이 유시티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김현주 서울시립대 글로벌건설학과 교수(사진 왼쪽)와 송호길 일간투데이 기자가 스마트시티에 대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정부는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을 통해 스마트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민참여를 이끌어야 합니다. 정부와 시민이 도시 운영을 같이해야 도시 발전을 위한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현재 전 세계 도시 4천여곳 가운데 150여곳이 스마트시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은 지난 2016년 4천200억달러(약 475조원)에서 오는 2022년 1조2천억달러(약 1357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효율적인 도시 관리를 위해선 지능형 컴퓨터 모델을 국내에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 많은 CCTV 화면을 사람이 일일이 눈으로 지켜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기 보다는 지능형 컴퓨터를 통해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상황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지능형 컴퓨터 모델의 예로서 사용될 수 있다. 이 기술을 통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디지털 트윈을 2018년 10대 전략 기술로 선정했다.

싱가포르는 이 기술을 도시개발 분야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시 전체를 3D로 구현해 각종 재해재난은 물론 기상정보와 에너지 사용량 등 건축물 정보까지 데이터로 수치화해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환경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구현했기 때문에 현실에서 하기 어려운 실험도 가능케 한다.

"싱가포르는 디지털트윈 모델로 한 화면에 도시 전체를 들여다보는데 우리나라는 수백개에 달하는 CCTV 화면을 대형 스크린에서 보고 있습니다. 이런 비효율적인 행정은 예산 낭비이자 인력 낭비의 큰 요인이 됩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내 CCTV위주의 스마트시티 상황실 통합플랫폼 운영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무이하다. 중국이 일부 시행하긴 했으나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도시별로 수요를 파악해 도시 체질에 맞는 스마트시티 개발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마트시티는 시민 참여가 가능한 플랫폼이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각종 센서로부터 생성된 정보를 민간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스마트시티의 성공 여부는 시민참여에 달려 있습니다."
 

 

인터뷰하는 김현주 교수. 사진=김현수 기자

◇ 김현주 교수는.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10여년간 국제 BIM 기구인 buildingSMART International에 간사(Secretary)로 세계 BIM 국제표준에 참여했다.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육군 건설 연구소(Corps of Engineers Research Laboratory)에 근무했으며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와 노스 캘롤라이나 주립대에 재직했다. 

2015년부터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지난 수년간 '스마트시티 구축을 통한 대중교통수단 운행효율성 연구(2016년)' '인프라 BIM 정보모델을 이용한 스마트시티 개발 및 적용에 관한 연구(2017년)'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스마트 도로시설물 구축 및 운영 기획(2017년)' '스마트시티 국가전략프로젝트 연구개발사업 세부기획(2018년) 등의 국가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했다.

▲1995∼2002년 일리노이 주립대 석사·박사 ▲2002∼2004년 미국 건설회사(CPM CONSTRUCTION) 현장소장 근무 ▲2004∼2006년 국방부 미군기지이전사업 실무담당 ▲2006∼2009년 미국 육군 건설 연구소 선임연구원 ▲2009∼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노스 캘롤라이나 주립대 교수 ▲현재 국제도시및인프라연구센터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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