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플랫폼에 인공지능·빅데이터 얹어 세계로 나가야"
미래시장, 디지털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보안성 확보가 관건
블록체인, 스마트계약으로 신뢰 구축, 거래 비용·시간 단축

▲ 지난 12일 서강대 베르크만스-우정원 연구실에서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겸 핀테크지원센터장)을 만나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 산업 발전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미래 시장은 지금의 아날로그 대면 거래에서 수백억개 기기들간의 연결성에 기반한 디지털 비대면 거래로 산업 패러다임이 크게 바뀐다. 블록체인은 탈중개화된 스마트계약을 통해 높은 보안성을 확보해 참여자들이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폭증하는 디지털 비대면 거래의 핵심 플랫폼 기술로 발돋움할 것이다."

지난 12일 서강대 베르크만스-우정원 연구실에서 만난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겸 핀테크지원센터장)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 이런 발전 전망을 내놓았다.

정 원장은 블록체인 기술보다 먼저 주목받고 있는 가상통화거래소의 최근 해킹 사고에 대해 "관련 단체가 거래소 해킹 방지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정화노력을 기울이고 투자자들에게 그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며 "투자자들도 막연한 투자 이익의 기대보다는 가상통화의 투자 적격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ICO(가상통화공개·가상통화 발행을 통한 자금 모집)를 금지하면서 구체적인 가상통화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시장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ICO 허용은 금융질서의 근간인 통화와 연계되기 때문에 정부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블록체인 업계는 가상통화 발행을 통한 단기 투자 이익의 실현보다는 블록체인 거래 활성화를 통해 가상통화가 교환수단으로 신뢰가 쌓이면서 자연스레 자산으로서 가치가 증진되는 방향으로 관련 산업생태계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스위스 주크(Zug)시처럼 '크립토밸리(Crypto Valley·가상통화 발행특구)'를 만들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스위스와 우리는 여러 가지 금융제도·관행이 다르기 때문에 ICO허용이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좀 더 면밀한 조사·분석 및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정 원장은 "미래 산업의 경쟁력은 누가 디지털 플랫폼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블록체인 플랫폼과 AI(인공지능)·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융·복합한 새로운 서비스 기술로 세계 시장에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서강대 베르크만스-우정원 연구실에서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겸 핀테크지원센터장)을 만나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 산업 발전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다음은 정 원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거래량 기준 국내 7위 가상통화거래소 '코인레일'이 해킹을 당해 400억원의 피해를 입는 등 잇따른 가상통화거래소 사고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협회에서 가상통화거래소의 보안 위험과 투자자 보호방안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야 한다. 아울러 투자자들도 투자의 위험성에 따른 책임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투자는 예금이 아니다. 투자자 보호는 해야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는 과보호는 오히려 투자자의 적절한 투자 위험관리를 막아 자본시장 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가상통화는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가. 정부가 지난해 9월 ICO를 금지한 뒤 가상통화 관련 구체적인 입법이나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입장에서는 가상통화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통화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지분을 약속하거나 수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증권형 ICO에 대해서는 증권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격히 다루고 있다. 지금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서 관련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ICO를 국내에서는 못하고 해외에서만 함으로써 투자자금 유출, 국내 고용창출 기회 박탈, 해외국가로의 법인세 납부 등으로 인한 국부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받는 IPO(기업공개)와 달리 ICO는 사업계획을 담은 '백서'만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그만큼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불완전 판매의 위험이 높다. 스타트업들이 주식으로 펀딩(자금 모집)이 안되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주식 대신 코인(가상통화) 발행이 일반화된다면 기업의 투자 위험을 평가해 효율적으로 자금이 배분되도록 하는 주식자본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 일부에서는 우리도 스위스의 주크시처럼 '크립토밸리'를 만들어 해외 투자자금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주장한다.

"스위스는 역사적으로 블랙머니(Black Money·불법거래자금)가 모였던 곳이다. 이들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스위스 은행의 엄격한 '비밀주의' 원칙과 각종 노하우 등은 우리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스위스와 여러 가지로 다른 우리나라의 금융제도·관행 아래서 ICO허용이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좀 더 면밀한 조사와 분석, 관련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 현재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 가상통화 투자를 통한 이익에 더 관심이 쏠려 있다. 양자간의 바람직한 관계설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블록체인은 참여자가 임의로 위·변조를 할 수 없어서 신뢰성이 높다. 이러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온(블록)체인 거래가 활성화되면 그 체인에서 사용되는 코인/토큰(가상통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미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교환수단으로서 달러화가 많이 통용돼 자산으로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에서 업계 자율적으로 여러 블록체인 알고리즘의 장단점을 분석해서 일반 투자자에게 알림으로써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옥석이 구별되도록 하는 등 관련 산업생태계 내 '체크 앤 밸런스(견제와 균형)'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 블록체인 거래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미래 산업은 ABCD(인공지능·블록체인·커넥티비티(연결성)·빅데이터)로 귀결된다. 최근 한 시장조사업체의 발표에 따르면 IoT(사물인터넷) 관련 연결기기 숫자가 2016년 150억개에서 2019년 260억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엄청난 연결성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디지털 비대면 거래의 폭증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비대면 거래시 문제가 되는 것이 보안이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탈중개화된 알고리즘인 스마트 계약을 통해 거래가 이뤄짐으로써 위·변조를 막아 거래당사자들간의 신뢰를 쌓는다. 또한 시간과 거래비용도 크게 줄인다. 지금 소비자들이 몇 퍼센트 수수료에 따라서 거래 금융사를 바꾼다면 앞으로는 몇 BP(베이시스 포인트·100분의 1%)에 따라 거래 블록체인을 바꿀 것이다.

- 국내 블록체인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미래에는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나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디지털 플랫폼 유무가 국가·산업경쟁력을 결정한다. 중국은 대규모 자국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원천기술 없이 스타트업들이 기존 기술을 융·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순식간에 투자자금을 회수한다. 이들은 확보된 대규모 수익을 바탕으로 다시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들을 빠르게 매입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디지털 확장성을 높이고 해외로 나가 성장성 있는 기업들을 과감히 M&A(인수·합병)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아울러 블록체인과 빅데이터·인공지능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현재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정보보호 관련 규제도 엄밀한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그 타당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정유신 대학원장 약력
▲서울대 경제학사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영학 석사·서강대 경제학 석사·중국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경영학 석사 ▲경기대 경제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 ▲대우증권 IB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SC은행 부행장 ▲SC증권 대표이사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현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경영학부 교수·핀테크지원센터장·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심의위원·중소기업창조경제확산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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