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 서서 창밖을 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이따금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딱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잔가지들이 무수히 많고 본 줄기도 가늘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오늘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 그리고 봄기운을 두 방울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오래도록 씹는 것이다 ■출처 : ‘자명한 산책’ (문학과지성사, 2003) ▲“세 닢 주고 집 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는 옛 속담이 있다. 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으니 그만큼 이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누가 옆집에 사는지 죽는지도 모르는 채 집집마다 폐문을 하고 살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기생충' 각본을 쓴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수상자로 호명됐다.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하기는 101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탄 것도 92년 오스카 역사상 '기생충'이 최초다. 외국어 영화로는 2003년 '그녀에게'의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17년 만의 수상
2002년 8월 10일묵은 신발을 한 보따리 내다버렸다.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 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는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過積)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船主)인 나는 짐이었으므로,일기장에 다시 쓴다.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출처 : '신발론' (문학의전당, 2013)▲이 시는 사실을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섭을 즈문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옴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출처 : '미당시전집 1' (민음사, 1994) ▲우리나라의 시 가운데 지극한 사랑의 시 셋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소월의 '진달래꽃'과 명월의 '동짓달 기나 긴 밤을', 그리고 미당의 '동천'을 꼽겠다. '진달래꽃'은 자신을 싫다고 하면서 떠나는 님을 고이 보낼 뿐 아니라 그 앞길에 꽃까지 뿌려 드리겠다고 하는 사랑의 마음씨가 일품이요, '동짓달'은 님이 계시지 않아서 더욱 길어진 상대적인 시간을 보존해 두었다가 절대적인 시간으로 누리겠다고 하는 사랑의 포부가 일품이다. 그리고 이 시 '동천'은 마음속에 연모하는 님을 위해 올리는
고요한 이른 아침 동해바다 깊은 곳 물고기 분주하다 파도가 요동치고 선혈을 쏟아내며 붉은 태양이 우뚝 솟아오른다 안갯속에 묻혀 형체도 알 수 없는 산사 이제야 얼굴 내민다 계곡물은 흐르고 홍매화 보고픈 산새 찌든 날개 털어 내며 몸단장한다 눈꽃 핀 나뭇가지 속에서 계절은 다 읽고 있나 보다 연약한 생명체 하나 나뭇 껍질을 밀어 올리고 있다 찢어진 아픔 생피가 터진다 세상은 밝아지고 그렇게 보고픈 빠알간 움 하나 밤새도록 틔우고 있다
동짓달 기나 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춘풍(春風) 니불 아래 서리 서리 너헛다가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 구뷔 펴리라■출처 : '우리의 고전시가 2', 나무아래사람(2002).▲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상대적인 시간 중에서도 언제 올지 모르는 님을 기다리면서 홀로 있는 시간보다 길게 느껴지는 시간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일 년 중 가장 긴 '동짓달 밤'의 그리움은 더욱 사무칠 수밖에 없으리라. 이럴 때 이 외롭고 쓸쓸하고 아무 쓸모없이 긴 시간을 잘라내어 저장할 수 있다면 얼마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레저전문기업 지마이다스(대표 김신우)는 지난 3일 홈에스테틱닷컴(대표 장선수)과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뷰티&헬스 홈케어 전문 플랫폼인 홈에스테틱닷컴은 피부트러블과 바디 문제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한 솔루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제휴를 통해 자사 회원들은 지마이다스 사이트 내에서 홈에스테틱닷컴의 뷰티&헬스홈케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홈에스테틱닷컴 고객과 피부 및 바디 전문가들 역시 지마이다스의 프리미엄 레저서비스인 G라운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마이다스 전략기획본부 조행래 실장은 "이번 제휴를 통해 자사 회원들에게 뷰티&헬스 홈케어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업체와의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방송 모리터링업체인 차트코리아가 지난해 국내 가수들이 방송출연 횟수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가수 윤수현의 '천태만상'이 2562회 기록, 1위를 차지했다.3일 차트코리아는 지난 2019년 년간 방송횟수 통계에서 가수 윤수현의 ‘천태만상’이 세계적인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차트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윤수현의 '천태만상'이 지난해 한해 동안 국내 모든 공중파 TV와 라디오를 통해 총 2562회 방송돼 BTS의 &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그의 집은 비록 마을에 있지만,그는 비록 눈으로 뒤덮인 자신의 숲을 보기 위해여기에 멈춰선 나를 보지 못할 테지만.내 조랑말은 틀림없이 괴상히 여길 테지.근처에 농가도 하나 없는데일 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에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멈춘 것을.조랑말이 자기 목방울을 한번 흔든다.뭔가 실수한 것 아니냐고 물으려는 듯.그밖에 다른 소리라곤가벼운 바람에 눈잎이 쓸리는 소리뿐.숲은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다.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들이 있고,잠들기 전에 가야 할 몇 마일 길이 있다.잠들기 전에 가
날로 기우듬해 가는 마을회관 옆 청솔 한 그루 꼿꼿이 서 있다. 한때는 앰프 방송 하나로 집집의 생쥐까지 깨우던 회관 옆, 그 둥치의 터지고 갈라진 아픔으로 푸른 눈 더욱 못 감는다. 그 회관 들창 거덜내는 댓바람 때마다 청솔은 또 한바탕 노엽게 운다. 거기 술만 취하면 앰프를 켜고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이장과 함께. 생산도 새마을도 다 끊긴 궁벽, 그러나 저기 난장 난 비닐하우스를 일으키다 그 청솔 바라보는 몇몇들 보아라. 그때마다, 삭바람마저 빗질하여 서러움조차 잘 걸러내어 푸른 숨결을 풀어내는 청솔 보아라. 나는 희망의 노예는 아니거니와 까막까치 얼어죽는 이 아침에도 저 동녘에선 꼭두서니빛 타오른다. ■출처 :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인공지능(AI) '한돌'과 두 번째 맞대결에서 이세돌이 아쉽게 패했다.좌상귀 접전에서 손실을 입은 이세돌은 초반 40여수만에 비세에 몰려 결국 전날의 승기를 이어가지 못했다.이세돌은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NHN의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2국에서 양 소목 포석을 펼쳤다.전날 열린 1국 2점 바둑에서 승리해 2국은 맞바둑인 '호선(互先)' 대결을 펼쳤지만 이세돌은의 승률 그
[일간투데이 권혁미 기자] 한국마사회가 이달 베트남 DIC사(Development Investment Construction Joint Stock Company)와 호치민시(市) 경마장 건설 및 운영 1차 자문사업을 완료했다.6월 김낙순 회장이 베트남을 방문해 건설부총리와 재정기획부장관을 만나 계약을 체결한 지 6개월만이다.앞서 2017년 3월 베트남 정부는 경마 및 발매사업 관련 법안을 공표했다.호치민을 비롯해 하노이에 경마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베트남이 경마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세수확보와 지역개발 외에 불법도박과도 관련이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이세돌이 인공지능(AI)을 상대로 또 한번의 승리를 거둬 제1국 승리로 기본 대국료 1억5000만원과 승리 수당 5000만원 등 총 2억원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인공지능 한돌은 일반적인 프로기사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저질러 승부는 다소 싱겁게 이세돌의 승리로 끝이 났다.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NHN의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의 대국이 열렸다. 이세돌은 인공지능 ‘한돌’에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3년 전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1승 3패를 기록했다. 이날 대국은 인공지능의 우세를 인정하고 경기가 시작됐으며, 이세돌이 2점을 깐 상태에서
화목보일러 아궁이 속의 불탄 잔해, 제 몸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질식되어 밀봉된 항아리 속에서 숯이 되었다 톱과 도끼와 모탕과 함께 피흘리던 기억을 단번에 사르고 미래의 불꽃만 간직한 채 숯으로 변한 순교자! 재로 가는 성급한 소멸이 아니라 타자를 위해 검은 우회로를 밟도록 선택된 그댈 위해 나는 한 개비 인화물(引火物)이 되고 싶다 이글이글 그대가 피워 올릴 최후의 황홀한 미사를 위해. ■출처 : '얼음수도원', 민음사(2001). ▲"두 번 나면 한 번 죽고. 한 번 나면 두 번 죽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기독교 성경에서 예수께서 유대 공회의원인 니코데모에게 하셨던 말씀과 연관된 것으로 '거듭남'의 비밀이 담겨 있는 경구이다. 성경에서 예수께서는 "사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미국 골든글러브 상을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다.9일(현지시간) 제77회 골든글로브상 후보작에 영화 기생충은 감독·각본·최우수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지명되는 것은 물론, 북미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에서 주관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각본·각색·미술·편집상과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 모두 7개 부문 후보에 올차 총 10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기생충'은 한국 콘텐츠 최초로 골든글
우리를 숨죽이게 한 건 3·8선이 아니었다 검문하러 올라온 총 든 군인도 검게 탄 초병들의 날카로운 눈빛도 아니었다 기찻길 건널목에 붉은 글씨로 써놓은 말 섯! 그 말이 급한 우리를 순간 얼어붙게 만들었다 두 다리로 짱짱히 버티고 서 고함을 지르는 섯, 그 뒤엔 회초리를 든 호랑이 선생님이 두 눈 부릅뜨고 서 있는 것 같았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커다란 방점이 떠억 하고 찍혀 있는 것 같았다 멈춤 정도야 뭐 말랑말랑한 말로 느껴질 뿐이었다 섯에 비하면 정지나 스톱 같은 말도 그저 앙탈이나 부리는 언어로 느껴질 뿐이었다 남에서 올라온 내 발 앞에 꽝, 대못을 박고 가로막는 섯! 그 섯 가져와 자살 바위 옆에 세워두고 싶었다 그 섯 가져와 기러기 떼 날아가는 노을 속
[일간투데이 권혁미 기자] 한국마사회 서울 경마공원에서 오는 8일 제9경주로 제38회 '그랑프리'가 개최된다. '그랑프리'는 1982년부터 시작되어, 현존 대상경주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3세 이상이라면 레이팅, 산지, 소속 경마장 모두 상관없이 출전하며, 국내 최장거리 2300m에서 명실상부 올해의 최고마를 가린다. 총상금 또한 8억 원으로 높아 부와 명예가 모두 걸려있는 빅매치로 알려졌다.
[일간투데이 이영두 기자] 중국 치파오 패션의 리더 제니한이 미국 할리우드 트리뷰트 단조 회장의 초대를 받고 오는 20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Ms 할리우드 트리뷰트 글로벌 퀸 선발대회'에 참석한다.제니한은 모택동가의 패밀리로, 매년 춘절 때 중국 국영 CCTV 갈라쇼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또 한국 모델들과 최초로 치파오 패션쇼를 연출한다.서울 강남 그랜드 힐 컨벤션에서 개최되는 'MS 할리우드 글로벌 퀸 선발대회'는 전 세계 여성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문화와 행복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마련
[일간투데이 권혁미 기자] ▲상임이사 임용 △건전화본부장 오순민 ▲상임이사 전보 △말산업육성본부장 최원일
나 또한 십일월의 저 바람 속으로 무거운 몸을 부리고 싶다 바람은 나무들이 끊임없이 떨구는 옛기억들을 받아 저렇게 또다른 길을 만들고 홀로 깊어질 만큼 깊어져 다른 이름으로 떠돌고 있는 우리들 그 헛된 아우성을 쓸어주는구나 혼자 걷는 길이 우리의 육신을 마르게 하는 동안 떨어질 한 잎살의 슬픔도 없이 바람 속으로 몸통과 가지를 치켜든 나무들 마음 속에 일렁이는 殘燈이여 누구를 불러야 하리 부디 깊어져라 삶이 더 헐벗은 날들을 받아들일 때까지 ■출처 :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창비, 1997). ▲11월은 조락(凋落)의 달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나무들은 우수수 잎들을 떨어뜨린다. 하물며 된바람이 불면 낙엽들은 또 각자 뿔뿔이 흩어져 이리저리 휩쓸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