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필수불가결' 교육개혁

"교육계층화 유도" 외고·자사고, 일반고로
필수교과 줄이고 선택교과 늘려 '적성교육'

과열경쟁 완화일환 '수능 자격고사'도 도입

[일간투데이 홍보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첫 번째 교육 적폐청산에 나섰다. 지난 12일 문 대통령은 뜨거운 논란만 키웠던 국정교과서 폐기를 공식 선언하며, 교육 개혁의 포문을 열었다. 이와 함께 제37주년 5·18 기념식 제창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정해 부르도록 지시했다.

국정 역사교과서와 '임을 위한 행진곡' 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보수성을 대표하는 사례로 대다수 국민의 반발에 부딪혀 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는 상식과 정의 바로 세우기 차원"이라며 "국정교과서는 구시대적인 획일적 역사 교육과 국민을 분열시키는 편가르기 교육의 상징이다. 이번 일은 더 이상 역사 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지시에는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그 정신이 더 이상 훼손돼선 안 된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 특목고, 일반고로 전환…교육차별 없앤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가장 시급한 불씨는 꺼졌다. 만만치 않게 주목 받고 있는 교육 이슈는 자율형사립고와 외고의 폐지 문제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단계적으로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일반고등학교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해왔다.

이런 공약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특목고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사교육화 됐다는데 있다. 특목고는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대입준비기관으로 전락하고, 상대적으로 일반고는 교육 혜택에서 소외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짙은 보수 성향을 띠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유독 특성화 교육을 강조했다. 이에 교육의 계층화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날 선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약속대로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할 때, 기존에 특목고에서 교육 혜택을 받던 학생과 학부모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나 법을 개정해서 전환하는 방식 등이 있다. 어느 편이든 기존의 재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교육 문제는 대학의 서열화, 노동시장의 경직화 등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교육부와 교사들 만의 캠페인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 새 정부의 교육개혁 공약이 큰 기대를 얻고 있는 이유다.

■ 고교 학점제, 융복합형 인재 육성 대안 될까

교육 분야에서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획일화된 교육 체제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창의성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지닌 융복합형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국내의 승자독식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주입식 교육과 획일화된 교육 커리큘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걸림돌이 돼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대학 입학 비율이 높은데 비해, 교육의 질적 수준은 현저히 떨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부형 이사대우는 "한국의 인재 경쟁력은 세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며, "OECD 평균 이상의 교육 투자와 높은 고등교육 등록율을 나타냈지만, 교육의 질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언급했다.

2013년 기준 국내 GDP 대비 교육투자 비중은 5.9%로 OECD 평균 5.2%보다 높았다. 고등 교육 등록률 순위는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반면, 학생 1인당 고등교육 투자 규모는 2013년 기준 약 9323달러로 OECD 평균의 59.1%에 불과했다.

이 이사대우는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며, "토론식 교육과 사고능력평가 중심의 교육을 통해 사고능력 배양과 문제해결 능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다른 선진국처럼 고등학교 때부터 학생들이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 '고교 학점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교 학점제'는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필수교과를 줄이고 선택교과를 늘려야 한다.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실과 교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예산당국과 다른 경제부처의 도움도 필요하다.

EBS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정부에서 고교를 지원하는 예산을 학교당 3000만원씩 지원하는 사업이 여럿 있다"며, "사업을 좀 더 보완하고 확산해 필요한 시설이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지원을 펼쳐야 한다. 개괄적으로 추계해보면 5000억원에서 7~8000억원 투입하면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 생각하는 힘이 경쟁력, SW교육 강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또 다른 인재 육성 방안으로 문 대통령은 소프트웨어(SW) 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IT 기업에 의해 4차 산업혁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산업의 중심축이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은 "SW교육의 핵심은 단순 코딩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며 "SW교육 시간의 확대와 질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영 미래창조과학부 공공연구협력과 서기관은 "대통령이 공약으로 SW교육 확대 계획을 내세운 만큼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다각도로 연구 중"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SW교육을 할 수 있는 교원 수를 늘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교육부와 미래부는 SW교육을 담당할 초등학교 5, 6학년 교사 전원을 대상으로 SW 전문성 강화 연수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15시간의 SW기초소양 교육으로는 수월한 SW교육이 어렵다는 의견에 따라 SW기초소양 교육을 60시간으로 대폭 확대했다.

중학교의 경우, 2016년 기준으로 매년 8개 대학교에서 1036명씩 사범대 컴퓨터교육학과 출신을 배출하고 매년 200여명이 정보·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보교과 교원이 부족한 실정으로, 새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미래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2015년간 정보교과 교원 2900여명이 양성됐지만, 실제 중학교에 채용된 교원은 5년간 13명에 불과했다.

한편,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에 의해 초등학교는 2019년부터 SW기초 소양교육(17시간)이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며, 중학교 모든 학년은 내년부터 34시간의 SW교육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고등학교는 내년부터 SW교육이 기술가정 교과군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일반선택'으로 전환된다.

수능·내신의 절대평가화 및 수능의 자격고사화도 주요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과열된 경쟁교육을 완화하겠다는 일환으로 이 같은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 전에 고려할 문제가 있다. 갑자기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면 대학 측에서 변별력 문제와 본고사 부활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제도 변화에 앞서 학생 선발에 대한 각 대학의 전형요소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한 국가의 교육체제는 그 나라의 경제, 산업 구조와 문화 성숙도를 결정하는 근간이다. 교육을 통해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19대 대통령의 새 약속이 새로운 대한민국 수립의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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