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죄는 재벌 개혁

▲ 지난해 12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참석한 기업 총수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경유착 청산 경제민주화 강화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 법제화

'자사주 마법' 규제 편법승계 차단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시대적 과제로 부각돼 여·야 후보 모두 실천을 약속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 실행되지 못한 경제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의 원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경제적 이익공동체' 관계인 박근혜-최순실의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지원과 뇌물수수에 분노한 촛불민심에 의해 촉발된 만큼 건전한 경제질서 확립을 위한 재벌 개혁에 대한 고삐를 당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시했던 10대 공약 중 3번째를 '반부패·재벌 개혁'으로 삼은 것에서도 나타난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정치·권력기관 개혁'에 이어 3순위로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와 황제경영, 부당 특혜 등의 근절을 주요 정부 추진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재벌개혁과 정경유착·부패연결고리 청산을 통해 OECD 선진국 수준의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30대 재벌 자산을 살펴보면 삼성재벌의 자산 비중이 5분의 1이다. 범(凡) 삼성재벌로 넓히면 4분의 1에 달한다. 범 4대 재벌로 넓히면 3분의 2가 된다"며 삼성을 비롯한 현대차, SK, LG 등 4대 재벌 개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막기 위한 상법 개정 추진

실제 보유 주식 지분에 비해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법 제도 개혁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장사의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이 추진될 예정이다.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다중대표소송제, 소액주주의 권익을 강화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집중 투표제 도입 등도 주된 내용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총수 일가가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 공급 물량을 집중 배정하는 이른바 '일감몰아주기'를 함으로써 경영권 승계의 종자돈을 마련하는 행태 등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 지주회사제도 개선해 경제력 집중 억제

문 대통령은 "지주회사제도가 재벌 3세의 기업승계에 악용되지 않도록 자회사 지분 의무 소유 비율을 높이겠다(지난 1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포럼)"고 밝힌 것처럼 지주회사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주회사제도가 세 차례의 법 개정 과정을 거치면서 당초의 제도 도입 취지인 재벌 기업의 주력기업으로 집중은 유도하지 못한 채 오히려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과 불법 승계에 악용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에 우선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을 현행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끌어 올려 지주회사를 이용한 재벌총수 일가의 경영승계나 지배력 남용을 억제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주력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과정에서 주력회사에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분할된 사업회사에서 의결권이 부활하면서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도 규제해 재벌의 편법 승계를 막을 예정이다.

또 재벌 그룹의 공익재단이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게 총수 일가의 지배권 유지에 동원되지 못하도록 하고 재벌 그룹의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시켰다.

■ 금산분리 유지…공정거래법 개정·경제사범 처벌 강화

금융기관에 축적된 국민의 자산이 국민의 부를 늘리기 보다는 계열사 확장 등 재벌의 사금고화할 우려가 있어서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를 규제하는 '금산분리'도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시키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질서 확보를 위한 법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부여됐던 전속고발권은 폐지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은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감시할 수 있도록 공정위의 대기업 전담부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재벌총수들이 경영활동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횡령, 배임, 뇌물 등의 경제범죄를 저지르면 집행유예가 선고되지 않도록 하고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는 등 경제범죄에 대한 형사적인 처벌의 실효성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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